서울대학교 301동 공지 게시판
4학년 1학기의 고민…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에서 2년, 서울대학교 3D Vision Lab 에서 6개월간 지내고 보니 들었던 생각은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이 무척 재밌어서 하고 싶지만 너무 어렵다” 였습니다. 사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요하게 생각했던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무척이나 두서가 없었던 좌충우돌의 연구과정 (J 에겐 너무나 고통이었…)
2.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방향인가에 대한 확실함의 부재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가졌던 설렘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투자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되자, 자연스럽게 의욕적으로 연구를 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제안한다는 설렘과 세상에 제 이름을 남긴다는 멋진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협업을 중요시 하는 기업에서는 어떻게 체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지 알고 싶어졌고 이 과정이 제 고민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어차피 졸업도 23년 8월이겠다 이번 겨울에 기업 인턴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글또 7기와 중간고사만 마무리되면 어느정도 여유로워질 것이고, 기업 인턴을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바쁜일이 끝나고 나니 나태함에 취해 여유가 날 때마다 놀아버렸고… 물 흐르듯이 카카오 동계 인턴의 지원 일자를 놓치자 정말 이러다가 겨울에 아무것도 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엄청난 자극제가 되어 호다닥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불 났던 과거의 검색창
제가 인턴을 찾아본 기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네임드
2.
Computer Vision 관련 리서치 직군
첫 번째 기준은 제가 궁금했던 체계적인 연구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체계를 직접 갖추어가야하는 스타트업보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선정한 기준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당연하게도 제가 Computer Vision 관련 진로를 생각하고 있고, 연구분야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선정한 기준이었습니다.
기준을 그렇게 많이 정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생각보다 학부생 신분으로 겨울방학 기간동안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에서 모집하는 인턴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여러개를 넣어야 하나라도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찾았습니다.
이 과정에 무언가 조언을 해주고 싶지만 딱히 왕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다른 취준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단과대학과 학부 공지사항, 네임드 기업들의 블로그, 채용 페이지 등을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는 과정을 진행했고 지원자격과 비교하면서 쫄고 자괴감 느끼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사회에서 제가 얼마나 개미같은 존재인지를 여실히 느꼈고 그러면서도 어디선가는 나를 좋게 봐주겠지… 라는 생각 하나로 버티면서 총 네 곳에 지원했습니다.
인턴 지원 기업들
LG AI Research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입구컷 당했습니다.
입구컷…!
전반적으로 지원자격이 기본적으로 높긴 했는데 (대학원+), 나름 인턴으로 지원자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용공고가 있어 지원을 했으나 서류에서 탈락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부생 신분으로 서류에서 떨어질 스펙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름 신선한 탈락이었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채용의 목적과 핏이 안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학기를 휴학하면서 인턴할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주도적으로 연구주제를 잡아 함께 연구해나갈 인재를 뽑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두 조건 다 만족하지 않았던터라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탈락이었던 것 같습니다.
Kakao Brain
흔히 카카오의 코딩테스트는 다른 곳들에 비해 악명이 높다고 들었었는데, 이번에 경험해본 결과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 비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끼진 않았고, 충분히 공부하면 풀 수 있는 수준인데 알고리즘이 장기기억에 없는 사람이 학기를 다니면서 알고리즘을 깔짝이는 수준으로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주는 편이라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백준 골드를 평소에도 손쉽게 푸실 수 있다면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평소에 알고리즘을 열심히 공부해두지 않은 죄(?)를 받은 것인지 코테에서 탈락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 밤에 코테를 시작했는데, 집중도 안되고 상태가 영 이상해 코테를 망친 점이었습니다. 코테를 본 날 밤이 깊어지자 열이 40도까지 올랐고, 다음날 병원에 가보니 코로나 확진이었습니다. 안타까웠지만, 운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겠거니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을 했고 당연하게도 그런게 될 리가 없었고 전공 과목 과제도 실수하고, 코로나 걸려서 몸도 힘들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진짜 이 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후….
Naver CLOVA
네이버 클로바의 인턴 지원절차는 공식적인 채용공고에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많은 인턴십 후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 저도 해당 후기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내어 이메일로 지원을 했습니다.
그렇게 Video AI 팀에서 View Sythesis, Monocular Depth Estimation 등의 연구를 한다는 것을 보고 해당 팀에 지원을 했습니다. 몇일 뒤 지원한 직군의 실무자분과 연락이 닿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채용 프로세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코딩테스트를 보게 되었고, Codility 라는 플랫폼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Naver CLOVA 코딩테스트 안내
Codility 의 코딩테스트는 제가 이때까지 진행해왔던 코딩테스트와는 크게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1.
모든 문제가 영어로 출제됨
2.
최종 평가를 진행하는 테스트케이스로 제출을 한 번만 할 수 있고, 그렇게 제출하더라도 점수를 안알려줌
이러한 특징 때문에 어느정도는 영어에 익숙해야하며, 엣지케이스에 대한 대응도 하나하나 신경써가면서 정확하게 구현해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저는 이에 대한 연습을 Codility 의 Lessons 로 어느정도 준비했고 실제 코딩테스트 문제 자체의 난이도는 높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7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문제 난이도는 평이했고 엣지케이스에 대한 테스트와 코딩 스타일, 컨벤션 등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Naver CLOVA 인터뷰 전형 안내!
어느정도 예상을 했지만 조마조마했지만, 코딩테스트 전형을 통과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는 1시간을 거의 꽉 채워서 진행했으며, ML, AI 분야의 CS 지식을 물어볼 것을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이력서와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 관련해서 많이 물어보셨습니다. 본인이 한 것이 맞는지를 꼼꼼하게 보시고 어느정도 수준까지 경험해보았는지를 확인하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경험한 바를 말씀드렸고 분위기도 괜찮았으나, 항상 그렇긴 한데 면접이 끝나고 몇몇 안타까운 대답들이 생각났습니다. 3D Vision 을 하는 유일한 인턴 지원이라서 많이 해보고 싶었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결과를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최종합격을 하진 못했습니다.
여담으로 탈락 메일에 이름이 잘못 적혀있었는데, 다른 후기를 보니까 왠지 모르겠지만 Naver CLOVA 가 종종 이런 경우가 있는 것 같아 네임드 기업이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이 신기했던 경험인 것 같습니다.
Naver Webtoon
네이버웹툰은 2015년 2월에 네이버 내 CIC (Company In Company) 로 운영된 후 2017년 3월에 네이버웹툰 주식회사로 분사가 되었습니다. 때문에 네이버 채용공고와 분리된 채용 페이지를 구축하고 있었고, 다행히도 네이버 다른 직군들과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고 채용페이지의 FAQ 에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AI Applied Researcher 직군으로 지원했고, 특이하게도 코딩테스트의 절차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쌓아놓은 스펙은 바꿀 수 없으니 서류의 자기소개 항목이라도 더 공들여서 작성했고,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다행히도 서류 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Naver Webtoon 서류 전형 합격
면접을 보기 전에 정보보호 서약서를 받으며, 이는 인터뷰 중 취득하는 정보나 자산에 대해서 유출, 공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단계였습니다. 때문에 면접에 대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어 대략적으로만 적어보자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해주시는 느낌이었고 이력서 내용부터, 지원자와 핏이 맞는지 등 다각면에서 평가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면접 후 치킨까지…!
신선한 경험이었던 것은 면접 시간이 꽤 되어서인지 끝나고 치킨 기프티콘을 주셨습니다. 저는 면접을 본 뒤 진이 다 빠졌던 터라 바로 사용해서 맛있게 원기보충을 했던 경험이 생각나네요!
시간이 지나 면접 결과가 나왔는데 면접 때 몇몇 헛소리를 하거나 잘못 이야기한 부분들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역시 면까몰인지 최종합격이라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메일이 아니라 전화로 합격통보가 왔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엄청 우울할 때 딱 전화가 와서 엄청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TRI (번외!)
사실 이 네 곳 말고도 어느정도 보험으로(?) ETRI 동계연구연수생을 지원했었습니다. 연수생들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와 담당 업무들이 공개되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뭔가 의미있는 연구를 체험하게 한다기보다는 노가다꾼1 을 모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큰 욕심은 없었습니다. 큰 욕심이 없었기에 기대도 안하고 합격한 네이버웹툰에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합격통보가 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역시 기대를 안해야 합격을 주는…)
ETRI 합격…?
태어나서 처음으로 합격한 곳을 거절해야하는 상황이 생겼다는 점에서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엄청난 능력자가 되면 밥먹듯이 이런걸 하나 상상도 해보기도 하고… 결국은 입사포기를 했지만 인상깊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정리
2022년도 겨울방학 인턴 준비는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학기를 병행하면서 취업준비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존의 학기에서 글또, 논문 제출, 그리고 취업까지 합쳐지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이런걸 또 해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많은 학부생 인턴들이 세상에 존재하겠죠…? 취업 시장에 본인을 내던져보니 본인이 정말 별 볼일 없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 것 같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겨울방학 인턴 취업기 정산
소중한 인턴 기회를 제공해준 네이버웹툰에서 앞으로 일하게 될 날이 기대가 됩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노력할 일만 남은 것 같네요!!